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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 켄야는 디자인이 발생하게 된 계기 및 과거의 디자인부터 현재 우린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 담론까지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초반 디자인의 시초라는 큰 덩어리에서부터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칼로 쪼개듯이 세세하게 사례를 들며 마지막 본인의 결론과 해석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며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디자인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많은 투박하고 복제 가능한 물건들이 쏟아져나오면서 기존 수공예업자들인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 운동에서 디자인이 탄생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 산업혁명의 초창기시 절 마구잡이로 뽑아낼 수 있고 미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는 제품 때문에 윌리엄 모리스의 반 기계적, 반 근대적 운동이 디자인을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풍은 곧 바우하우스를 탄생시켰다. 무분별한 복제와 양산으로 혼란스러운 산업혁명 시기에 바우하우스는 기존 수공예가 가지고 있던 미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제품과 건축물에 녹이는 형태로 표현함을 목표로 하였고, 곧 이것이 디자인의 두 번째 발자취가 된 것이다. 이 파트를 읽고 나서 근본적인 디자인이란 어디서 시작하게 되었는지의 나의 고민이 한쯤 풀리게 된 부분이었다. , 수공예와 기계적 메커니즘이 만나는 산업 혁명에 디자인이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내게 있어서 시대적, 상황적 만남이 무언가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파트였던것같다. 제품디자인도 마찬가지지 않는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디자인 추세가 바뀌는 것처럼 디자인의 시초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면 이 또한 현재 코로나 시대와 마찬가지인 점이 아이러니면서도 재미있었다.이러한 디자인의 탄생을 서두로 하라 켄야는 현재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인드에 관해 시대와 트렌드에 접목하여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그중 -으로인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쓰는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라는 서술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우리는 현재 무수히 쏟아지는 디자인과 디지털 플랫폼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을 편하게 만들려는 목적의 디자인들이 인간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너무 많은 기능들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너무 많은 기능과 컨셉'들을 정제해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하라켄야는 말하고 있다. 앞서말한 '이'라는 조사는 '우동이좋아요. / 헤드셋이 좋아요.'  와 같은 예시로 개인의 의지와 개성을 나타내는 어휘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으로'는 '우동으로 충분해요.' '헤드셋으로 충분합니다.' 와 같은 맥락으로 무언가를 한정지으면서 상대방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듯한 어휘이다. 하라켄야는 이러한 비유를 들으면서 현재 디자인은 한발 물러서는 '으로'의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값싼 중국의 제조공정과 쉽게 만들 수 있는 현재의 제조공정이 이제는 과유불급이라는 지경까지 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즉,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지금 사회속에서 자신만만하면서도 단호하고 미니멀한 컨셉의 '으로' 인디자인이 20세기에 디자이너들이 가져야 할 디자인 방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디자인속 특별함과 유용함을 가지려면, 그자체로 간결하고 함축적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디자인이 나쁘다고 보진않는다. 다만 정제되어있고 편안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오래가고,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있다.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무인양품이라는 회사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 이 회사의 목적인 물건의 본질, 치장하지 않는 것, 사용하기 편리한 것 등 ’미니멀리즘‘이야말로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설명해주고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현재 내가 디자인한 컨셉 제품들을 쭉 다시금 보게 되었다.

 

 

페달과 자물쇠 기능을 합친 'PELOCK' 2020년 2학기 오브젝트 스타일링 작품.

 

 

 

 

 

바나나걸이와 테이블을 합친 'BANDI' 제품 2020년 2학기 디자인챌린지 과제작

 

 

 

 

 맥락 없이 두가지 기능을 혼합하여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디자인들이 대부분이였고, 이는 곧 기능이 디자인을 먹어삼켜 혼란스러운 형태로 변형되는 결과물을 낳았다. 즉, 물건이 사용자에게 사용성이 더편리하고 미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과 의지를 무분별하게 표출해내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였다. 두 가지 기능을 합치면 디자인일까? 한가지 기능만으로도 충분한 디자인이면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기능이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손이 네 개, 여섯 개인 디자인 크리처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표출해내면서 내 행동들이 절제되고 간결해지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마음도 들었다. 또한 하라켄야는 디자인이란 각기 다른 브랜드와 상황이 판단 하는 맥락에 따라 디자인해야 한다고 글에서 서술하고 있다. 즉 디자이너는 시대별 트렌드와 어떠한 문제가 가지고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시로 도쿄동계올림픽 책 안내 책자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말해주었는데, 동계올림픽의 특징에 알맞게 재질을 어떻게 쓸것인지, 만지는 사람에게 어떠한 느낌을 줄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동계라는 단어에 맞게 하라켄야는 종이 재질을 보송보송한 엠보싱 재질로 만들었으며, 어느날 눈 속에서 걸음을 밟던 기억이 떠올라 보송보송한 하얀 엠보싱 종이 위에 음각으로 텍스트를 박아넣어 만지는 사람들에게 눈을 발로 밟았던 동계의 느낌과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고 서술하였다. 이렇듯, 기획의도와 내러티브에 맞게끔 서로 연관성있게 디자인하는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외에 무수히 많은 디자인 생각과 기법들이 책내용에 많이 훑어져있었다.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간결함과 미적 맥락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약간은 국수주의적으로 일본의 디자인을 다양한 각도로 치켜세우는 것이 살짝은 불편했지만, 전반적으로 읽었을 때 불편함 없이 납득 가능한 형태로 책의 내용을 전파한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건 국수주의적으로 글을 쓴 것이아닌, 본인의 나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덴티티를 살려서 디자인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일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적은 책이였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것은 하라켄야가 가지고 있는 간결함 속 빈틈없는 디자인 의도와 이야기 구성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디자인이란, 단지 사고 싶은 것이 아닌. 보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는, 누구든지 사용하기 쉽고 행동하게 만드는 간결함 속에 나온다고 생각이 들었다.책 전체의 내용을 보면 하라켄야는 디자인만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디자인과 사물간의 맥락, 디자인과 경제와의 맥락, 디자인과 감성과의 맥락 등 다양한 맥락에서 자신의 디자인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즉 수많은 워킹프로세스와 미적예술 과정들을 함축하여 정제되는 과정을 디자인에서 우선순위로 두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걸 책 전반에서 느낀 것 같다. 우리는 현재 4차산업혁명을 겪고 있다. 그 말은 즉 제품디자이너들이 곧 사물융합 iot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사용성까지 생각하며 디자인해야 한다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곧 하드웨어적이였던 2000년대 디자인이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며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잠재적 불안요소를 말하고 있다. 즉,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할 난관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있어 다시금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할지의 가이드 라인을 잡아준 교과서같은 책이였던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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